[성명] 또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만 하는가?
1.
오늘 우리는 노동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본가들의 노조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할 수밖에 노동자의 현실을 또다시 확인하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9일 새벽 두산중공업에서 발생한 배달호 조합원의 분신자살은 자본가의
이익을 앞장서 대변하던 박용성 두산그룹 총수가 주도해 온 노조탄압의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그동안 투쟁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더불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노조탄압을 분쇄하는 투쟁에 떨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3조 7천억 규모의 한국중공업을 민영화란 이름으로 3천여억원의 헐값으로
특혜 인수한 두산자본이 자행한 노조말살과 노동자 탄압은 가히 상상을 넘는
것이었다.
박용성 회장의 두산 자본은 인수 이후 1,124명을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내쫓고, 작년에만 노조간부 89명 징계 해고, 22명 고소고발과 구속, 총
65억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가족의 생존마저 위협하여
죽음으로 몰고가는 극단적인 노조탄압을 일삼아 왔다. 게다가 2002년
산별교섭을 거부하면서 '단체협상 일방해지'라는 사상 초유의 강경 조치를
취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노동자 탄압 기업으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두산자본의 총수인 박용성은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으면서
반노동자적 발언과 행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두산그룹 또한 이미 90년대 중반
'다물단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뒤 소사장제를 도입하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두산기계에서는 다물단을 앞세워 노조간부를 집단폭행해서 숨지게 하는
만행까지 저지른 바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달호 조합원 또한 작년 파업투쟁과 관련해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로
출소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고 회사로부터 재산과 임금 가압류
상태에 있었으며, 이러한 회사의 노조탄압에 대해 좌절과 분노가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3.
한편으로 현 정권 들어 계속되어 온 공기업 민영화라는 것이 결국 초국적
자본과 재벌에게는 특혜만을 주었고, 노동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만을 가져다주었음을 이번 죽음은 똑똑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이 민영화되면서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팽개쳐 버린
상태에서 자본의 더많은 이윤 착취를 위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조차
탄압하는 것이 김대중 정권에서 진행된 공기업 민영화가 초래한 결과이다.
4.
배달호 조합원은 죽음에 앞서 남긴 유서에서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자본을 하늘나라에서라도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동지들이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 달라"고 했다.
전국의 노동현장에서 자본과 권력이 자행하고 있는 노동조합 탄압 앞에서
고통받고 각계격파 당해야 하는 노동자 현실을 죽음으로 고발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전체 노동자들이 떨쳐나서야 한다.
우연히 발생한 일회적인 자살 사건으로 몰아 처리하려는 두산자본과 공권력의
음모에 맞서 총력투쟁으로 맞서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두산중공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징계, 손배가압류 등 노조탄압의
즉각적인 중단과 이번 죽음을 불러온 장본인이자 자본가들의 노동탄압을
주도해 온 두산그룹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성의 즉각 퇴진과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죽음을 몰고 오는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해외매각은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본에 의해 일상적이고 전국적으로 자행되는 현장탄압, 노동자탄압을
분쇄하고 현장조직력을 복원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생존은 물론
노동조합운동의 미래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이 투쟁에서 민주노동자 전국회의는 두산중공업 조합원동지들과 함께,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2003년 1월 10일
'노동현장에서 자주 민주 통일세상을 열어가는'
민주노동자전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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