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사용자책임' 확대 기대
서울지법, 사용사업주와 용역노동자 '실제 계약관계'로 인정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실제 근로를 제공한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쌍방의 근로관계가 사용업체와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서에 명시돼
있을 경우 실제 계약관계가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창보)는 지난 11일,
롯데백화점에서 셔틀버스 용역기사로 일했던 이아무개씨 등 13명이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낸 '셔틀버스할부금청구소송'에서 "롯데백화점이 구입한
셔틀버스 할부금을 자신들의 용역비에서 공제하며 일했던 이 씨 등 13명의
할부금 청구는 정당하다"며 "이씨 등이 납부한 총 4억2천만 원의 할부금을
롯데백화점은 돌려주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용역회사와 롯데백화점이 체결한
'셔틀버스운행·관리용역계약'에서 롯데백화점이 필요한 경우 용역기사에게
시간외근무를 명할 수 있고 정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기사에 대해 경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와 용역직원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관계 성립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 계약서는
용역근로자들과 롯데백화점 사이의 용역제공과 용역비 지급관계, 할부금
납부와 그 뒤의 차량 양도관계 등에 대해서도 규정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용역회사로부터 용역직원을 제공받고 용역회사에 용역비를
지급했을 뿐, 용역직원과는 아무런 계약관계도 없기 때문에 할부금 납부
책임은 용역회사에 있다"는 롯데백화점의 주장처럼, 그 동안 사용사업자의
'사용자책임'을 용역회사만에 떠넘기던 관행을 일부나마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노동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의 근로관계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이례적이고 특이한
경우"라면서도 "모든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용역직원이 부담한 할부금은
용역직원의 임금공제액이므로 할부금 지급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천향대 조경배 교수(법학)는 "현재 법원의 판례추이를 볼 때, 만약 이번
사건이 사용사업주에게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이었다면
재판부가 사용업체와 용역근로자와의 계약관계를 인정하는 수준으로 판결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 일반에 만연한 실제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책임
회피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등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규정이 미미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노동계의 '사용사업주 책임 확대' 요구에 미약하나마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씨 등은 롯데백화점에 셔틀버스 운행용역을 제공하고 매월 임금으로
받던 용역비 가운데 차량할부금 등을 공제해 오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2001년 6월 30일부로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됐음에도
롯데백화점이 이미 납부한 할부금을 돌려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 워킹보이스(www.workingvoice.net) 30일자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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